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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읽기 - 협력적 거버넌스와 집단학습

  • 작성자 사진: 신범 김
    신범 김
  • 5월 2일
  • 7분 분량

최태현. (2020). 협력적 거버넌스에서 집단학습과 성과: 교류인지체계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와 행정연구, 30(4), 189–220.

     


계기


화학안전정책포럼을 준비할 때 공론장을 연구한 학자들로부터 지속적 학습이 가능한 구조를 마련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필요할 수 있다는 건 알겠지만, 당시엔 공론장 자체가 정착할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의 일로 미뤄두었다. 하지만 포럼을 운영하면서, 공론장에서 의제가 정제되는 경험을 하고, 서로 다른 입장을 포괄하는 타협을 경험하면서 질문이 생겼다. 포럼 초기에 토론자로 자주 나서던 산업계 이해당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눈높이를 맞춰야 합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어 같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학습이 필요합니다.” 이 말은 맞았다. 하지만 같은 단어를 서로 이해할 수 있게 사용한다고 하여 타협이 가능한 건 아니었다.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가 아니라 알기 때문에 타협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다. 그러니 타협은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문득, 공론장에서 타협을 기획할 수 있는 이론이 있는지, 공론장에서 이러한 타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학습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검색 경로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진 존재들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키워드를 정했다. Science ON에서 ‘거버넌스와 가치’를 검색했고, 최태현 교수를 알게 되었다. 최태현 교수의 다른 자료들을 검색했고, ‘협력적 거버넌스에서 집단학습과 성과’라는 논문을 발견했다.

     

논문 요약


최태현 교수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개념과 요소를 검토한 후, 협력적 거버넌스가 대안을 생산하고 문제해결하는 능력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한 이론 수립 방향을 제안했다. 거버넌스의 협력을 민주적 합의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만, 그 배경에 이해관계자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 강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무시하지 말아야 하며 그래서 거버넌스 학습이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이 보유한 지식과 정보를 상호 학습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선호를 조정하고,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새로운 해법을 도출하는 집단 학습과정이 협력적 거버넌스가 성과를 거두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최태현 교수는 상호 이해 뿐 아니라 새로운 가치의 창출을 설명하기 위해 협력적 거버넌스의 학습 이론이 필요하다고 보고, 집단학습 연구의 ‘교류기억체계(transactive memory system)’ 이론을 활용하여 교류인지체계를 제안한다.

     

교훈, 그리고 논문이 주는 질문들

     

  • 협력이란 무엇인가?


최태현 교수는 협력을 ‘참여자간 목표 공유, 상호의존적 관계 형성,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새로운 가치란 상호의 이익(호혜)을 말한다. 그리고 거버넌스에서 협력한다는 것은 정책 집행을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의 권한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최태현 교수가 설명하는 거버넌스의 협력은 화학안전정책포럼에서 이루어지는 노력과 매우 흡사하다. 화학안전정책포럼에서는 공동의 목표 수립을 중시한다. 목표를 공유할 때 방법을 다양하게 존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학안전정책포럼 또한 충분한 토론과 공동 결정을 중시한다. 운영규정을 통해 공동 결정을 위한 구조(기획위원회, 토론 규정 등)를 마련해 놓았다. 화학안전정책포럼의 경험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산업계와 정부는 일방의 이익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지 않으며, 모두의 이익을 위해 문제를 재구성하는 노력을 중시한다. 한편, 최태원 교수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관료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공적 활동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화학안전정책포럼의 가장 큰 장점 또한 스스로 프로세스를 기획하는 것이며, 수평적 관계로 정부와 산업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만난다는 점이다.

     

  • 협력적 거버넌스를 위한 학습이란 무엇인가?


최태현 교수는 Carlile이 말한 지식의 경계 개념을 가져온다.

거버넌스에서 협력을 가로막는 것은 말의 차이 뿐 아니라 가치와 경험의 차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전문화된 지식을 구축하면서도 통합적 지식을 지향할 수 있는 학습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특이한 것은 이러한 학습이 거버넌스의 전제조건이라기 보다는 거버넌스의 과정이자 결과물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태현 교수가 이야기하는 학습은 상호 관계를 전제로 하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기 위한 지식의 공유와 함께 공동의 가치를 개발하기 위한 실용적 판단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화학안전정책포럼에서 진행하는 세미나, 소모임, 주제토론은 모두 학습일 수 있다. 학습을 지원하는 구조가 아니라 거버넌스 그 자체가 학습의 구조여야 하는 것이다. 나는 화학안전정책포럼이 더 좋은 공론장이 되기 위해 별도의 학습이 필요한지 궁금해했지만, 지식과 가치와 경험의 다름을 인정하며 존중할 뿐 아니라 이러한 다름 위에 통합적 목표와 가치를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학습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인용


협력적 거버넌스에서 의미하는 협력은 단순한 업무조정(coordination)이나 업무협조(cooperation), 그리고 이익의 타협(compromise)과 구분된다. 학자들마다 때로는 이러한 개념들과 협력을 구분하지 않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볼 때 협력적 거버넌스의 협력은 단순한 자원의 공유를 넘어 참여자들 간 목표가 공유되는 것을 의미하며, 관할권의 조정이나 업무협조를 넘어 창발적인 기능적 상호의존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며, 기존하는 이익의 분배 협상이 아니라 새로운 이익의 창출을 의미한다(Thomson and Perry, 2006). 정부간 협업은 단순한 업무조정이나 지원을 의미할 경우가 많으며, 이는 협력적 거버넌스와 구분될 필요가 있다(192쪽).  
협력적 거버넌스는 단순히 정책 집행만이 아니라 정책 결정 권능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Ansell and Gash, 2008; Choi and Robertson, 2014). 기존의 신공공관리적 네트워크 접근(Provan and Milward, 2001)은 주로 정책 집행에서의 협력에 초점을 두었으나, 일반적으로 협력적 거버넌스는 참여자들의 평등한 의사결정 권능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된다(192쪽).    
협력적 거버넌스는 숙의 과정을 통해 가치의 주장과 가치의 창출이 동시에 구현되는 실천이다(Choi and Robertson, 2014). 협력적 거버넌스에서 협력은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포 기하는 것도 아니고 관철시키는 것도 아니라, 자신의 이익이 다른 참여자들의 이익과 양립할 수 있는 호혜적인 대안을 탐색해가는 과정이다(Thomson and Perry, 2006). 이는 단순히 규범적인 주장이 아니라 협력적 거버넌스라는 제도의 기능으로부터도 나오는 논리적 귀결이다. 즉 협력적 거버넌스를 관료제나 시장 기제로 풀 수 없던 문제를 풀기 위한 대안적 기제라고 볼 때 (Innes and Booher, 2010), 그 차별성은 누군가의 희생에 의한 다른 이의 배타적 이익의 실현이 아니라 호혜성에 있는 것이다(193쪽). 
협력적 거버넌스는 기존하는 관료체계에 의존하지 않는 자기조직적 특성을 지닌다(문영규・서승현, 2009; Crona and Bodin, 2006; Emerson and Gerlak, 2014). 의사결정방식, 리더십, 분과체계, 일정 등 모든 행정적 결정은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따라서 협력적 거버넌스는 넓게 볼 때 관료제적 처방에 의존하지 않는 모든 공적 사안에 대한 협의체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적 맥락에서 협력적 거버넌스는 정부 주도의 국정운영이 아니라 정부와 민간을 포함하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보다 수평적 관계 속에서 협력적으로 문제를 이해하고 해법을 모색하며 이를 집행하는 공적 활동으로 넓게 이해하는 경향이 강한데, 바로 이 측면에 초점을 두는 이해라 볼 수 있다(193쪽). 
협력적 거버넌스에서 다루어지는 정보와 지식은 매우 가치지향적이고 맥락의존적이다. 따 라서 하나의 지식이 다른 참여자들에게 동일한 의미로 전달되지 못하거나, 그 지식에 대해 참 여자들 간 경험적 공유점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조직 학습에서 지식이 공유될 때는 구문론적, 의미론적, 그리고 실용적 경계(boundary) 혹은 장애물이 존재한다(Carlile, 2002). 따라서 하나의 지식은 이 세 가지 경계를 넘을 수 있는 방식으로 교류되어야 한다. 이는 사회문제와 대안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해석을 통합해야 하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학습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유용하다(193-194쪽).
경험에 기반을 둔 지식은 실용주의적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소유효과에 의해 강력한 선입견을 구성하여, 상반되는 지식에 대한 거부감을 형성한다(Carlile, 2002; Kotlarsky et al., 2015). 특정한 경험에 바탕을 둔 작동하는 지식(knowledge in practice)이란 “투자된(invested)” 지식으로서, 대화에 의해 이를 수정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Carlile, 2002: 446). 다만 의미론적 경계에서처럼, 이러한 실용적 경계의 아이러니는 참여자들이 각자의 경험이 독특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데서부터 해법이 모색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즉 각자의 경험의 독특성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집단적으로 처한 문제의 경험적 복잡성 앞에서 정당성을 상실한다. 그 문제의 복잡성이 각자의 경험이 실상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때 실용적 경계의 아이러니와 성과를 연결시키는 학습이란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서로 창조적으로 마찰시킴(abrasion)으로써 각자의 경험을 고양함과 동시에 집단적으로는 양립가능한 경험적 해석의 가능성을 모색하여 문제의 복잡성에 상응하는 인지적 분업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195쪽).
협력적 거버넌스는 생산성 중심의 기능주의적 조직 연구와 민주성 중심의 규범적・정치적 숙의 연구의 교차점에 놓여있는 중요한 이론적 대상이다. 조직이론에서 성과 와 연결되는 학습의 본질은 전문화와 숙련를 통한 지적 역량의 고도화에 있다(Argote, 2013). 반면 협력적 거버넌스의 기존 학습 논의는 이러한 전문화에 대한 논의보다 주로 ‘공유된 이해 (shared understanding)’에 입각한 의미의 통합에 초점을 두어왔다. 즉 상호 경험과 이해가 공 유될 때 대안이 창출되고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social) 학습 의 측면에 배타적인 초점을 맞추면서 인지적(cognitive) 학습의 측면, 즉 실제적 “문제풀이”를 위한 전문화의 역할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접근이다.3) 전문화는 관료제를 포함한 모든 조직 의 문제풀이 능력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협력적 거버넌스의 성과를 설명하려는 학습이론은 이러한 전문화 역시 이론적 핵심으로 고려해야 한다. 요컨대 창조적 대안 창출을 통한 호혜성 의 구현이라는 성과를 고려한 협력적 거버넌스의 학습에는 전문화와 통합화가 동시에 필요하 며, 협력적 거버넌스의 학습이론은 이렇게 상반된 두 동인을 하나의 이론틀로 담아내야 한다(196쪽).
지식의 경계가 부각시키는 성공적 집단학습의 특징을 보다 일반적인 틀로 요약하자면 전문화와 통합의 동시적 달성이다. 즉 한편으로는 각자의 지식, 해석, 경험의 상이성 이 혁신의 기본 재료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상이성을 극복하고 통합이 이루어져야만 혁신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정치적・집단적 갈등으로 나타날 경험과 이해관계의 차이가 극복하지 못할 장애물이라는 점이 아니라, 그것을 극복할 때에만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195-196쪽).
협력적 거버넌스는 생산성 중심의 기능주의적 조직 연구와 민주성 중심의 규범적・정치적 숙의 연구의 교차점에 놓여있는 중요한 이론적 대상이다. 조직이론에서 성과 와 연결되는 학습의 본질은 전문화와 숙련을 통한 지적 역량의 고도화에 있다(Argote, 2013). 반면 협력적 거버넌스의 기존 학습 논의는 이러한 전문화에 대한 논의보다 주로 ‘공유된 이해(shared understanding)’에 입각한 의미의 통합에 초점을 두어왔다. 즉 상호 경험과 이해가 공 유될 때 대안이 창출되고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social) 학습 의 측면에 배타적인 초점을 맞추면서 인지적(cognitive) 학습의 측면, 즉 실제적 “문제풀이”를 위한 전문화의 역할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접근이다. 전문화는 관료제를 포함한 모든 조직 의 문제풀이 능력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협력적 거버넌스의 성과를 설명하려는 학습이론은 이러한 전문화 역시 이론적 핵심으로 고려해야 한다. 요컨대 창조적 대안 창출을 통한 호혜성 의 구현이라는 성과를 고려한 협력적 거버넌스의 학습에는 전문화와 통합화가 동시에 필요하 며, 협력적 거버넌스의 학습이론은 이렇게 상반된 두 동인을 하나의 이론틀로 담아내야 한다(196쪽).
사회적 학습 과정은 모든 협력적 거버넌스 참여자들이 동일한 수준의 법적, 기술적, 과학적 지식을 공유하 게 되는 과정은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Futrell(2003)은 협력적 거버넌스의 참여자들이 서로의 전문 영역에 대한 완전한 지식을 공유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전문가들과 국지적 지식(local knowledge)을 보유한 참여자들이 서로의 지식을 보완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였다. 결국 사회적 학습이 지식의 통합을 야기하는 부분이 있으나 세부적인 지식까지 완전히 이해되고 공유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세부적인 지식 역시 협력의 과정에서 보다 정교화되어야만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교류기억체계는 협력적 거버넌스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학습을 인지적 분업체계의 형성 과정으로 봄으로써 합의 형성만이 아닌 지식 증가로서 사회적 학습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제공해준다(200-201쪽).
협력적 거버넌스의 학습 과정을 교류기억체계의 고도화를 통한 성과 창출로 이해하려면 소집단을 대상으로 한 교류기억체계 논의가 지닌 맥락의 협소함을 넘어 공공부문의 특성을 고 려하여 논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협력적 거버넌스의 사회학습은 단순히 지식의 공유 를 넘어 가치의 공유가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이때 가치를 단순한 선입관이나 부동의 철학적 가정이 아닌 협력 과정에서 소통가능한 지적 작업의 소산이라고 본다면, 구성원들 간 가치가 어떻게 협력적으로 학습되는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는 해석적 지식관과 의미론적 경계 에 상응하는 문제이다. 또한 특정인의 가치체계는 결국 그가 처한 환경과 경험에 의해 형성되 며, 그러한 경험들은 독특하다고 볼 때, 경험의 차이를 조정해가는 학습에 대한 논의 역시 필 요하다. 이는 정치적 지식관과 실용적 경계에 상응하는 문제이다. 앞서 논의한 지식의 경계이 론과 결합할 때 지식의 분업을 강조하는 교류기억체계는 아래서 제시하듯 가치와 경험의 공유 를 강조하는 교류가치체계 및 교류경험체계로 확장될 수 있다(203쪽).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교류기억체계 논리에 기반한 교류경험체계라는 개념은 협력적 거버넌스의 공유된 이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 참여자들의 ‘공유된 인지모형’은 위에서 언급된 것 같은 비현실적인 경험의 균질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독특한 경험들 간의 수용가능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각자의 경험은 특유하며, 협력이라는 거버넌스 맥락에서 강력한 정치적 정당성을 담지하지만, 문제는 나만의 경험은 그 협소함으로 인해 애초에 협력적 거버넌스가 필요하게 된 과제를 풀 수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다른 경험과 그에 기인한 가치 및 지식이 필요한데, 이때 다른 참여자들이 제공하는 경험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근거가 된다. 이렇게 볼 때, 협력적 거버넌스에서 상호 이해와 학습이 발생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서로 다른 경험들이 집단적으로 정합성을 갖춘 내러티브의 일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동일한 뼈대를 갖추고도 서로 다른 부분이 강조되고, 심지어 의미가 사안에 따라, 시기에 따라 변조될 수도 있으나, 그것은 문제이기보다는 장점이다. 협력적 거버넌스의 내러티브는 경험의 동질화가 아니라 개별 경험의 다양성을 재료로 하여 통합적 내러티브라는 매개를 통해 정합성과 풍성함을 제고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이론화의 장점은 개인의 경험과 이해관계가 집단학습이라는 이름으로 균질화 혹은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서로 다름을 오히려 부가가치 창출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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