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22년 화학안전정책포럼 보고서가 홈페이지에 공개되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환경부와 이해당사자들이 열심히 토론한 결과가 담겨있으니, 화학안전정책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감사의 말씀
2022년 화학안전정책포럼에 함께 해주신 44개 단체와 201명의 개인 이해당사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아 인사드립니다.
참 뜨겁게 토론을 하였습니다. 총 네 개 주제를 다루면서 15번의 토론준비 회의와 10번의 토론을 운영하였습니다. 공개토론 준비회의가 11번, 공개토론회가 6번, 열린대화 준비회의가 4번, 열린대화가 3번, 그리고 종합토론회가 1번입니다. 공개토론회와 열린대화 그리고 종합토론회는 모두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습니다. 대면과 비대면으로 토론을 참석한 이해당사자들은 총 1,267명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이렇게 토론을 운영하기 위하여 기획단은 총 18번의 회의를 하였습니다.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모여 토론한 것 같습니다. 종합토론회 이후 정신을 차리고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두려웠습니다. 토론을 많이 한 만큼 성과는 있었을까?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우린 너무도 소중한 성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첫째, 이해당사자들과 환경부가 제도개선을 합의하였습니다.
1-2주제를 2년째 다루면서 유독물질을 급성, 만성, 생태유해성물질로 구분하여 관리의무를 차등화하는데 합의하였습니다. 환경부는 이해당사자와의 토론 결과에 기초해서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일을 시작했고, 2023년 화학안전정책포럼에서 법개정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3주제도 큰 틀의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모든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확보하고 공개하면서 유해성 정보가 없는 물질은 엄격한 조건 하에서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면, 신규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1톤으로 상향조정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에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을 더 진행한다면, 제도 개선에 대한 최종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둘째, 포럼을 공식적 공론장으로 만들었습니다.
2주제로 운영규정을 논의하여 7월 20일 운영규정을 확정하여 홈페이지에 공개하였습니다. 환경부는 이 운영규정과 논의내용을 토대로 훈령 제정 작업에 착수하였고, 마침내 12월 20일 환경부훈령 제1574호 「화학안전정책포럼 운영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해당사자가 200명 넘게 참여하는 열린 공론장을 정부의 공식적 소통기구로 만들어 낸 최초의 사례입니다. 유연하면서도 공식적인 기구를 만들 수 있게 용기를 주고 기다려준 이해당사자 여러분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셋째, 투명성과 개방성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누구라도 이해당사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기획단회의와 준비회의 결과 그리고 모든 토론의 발제자료와 토론자료 그리고 토론결과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공개토론회, 열린대화, 그리고 종합토론회는 온라인으로 중계를 하여 누구나 지켜보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하였으며, 온라인으로 중계된 영상은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넷째, 이해당사자와 환경부가 공동의 목표를 수립하고 있습니다.
1-1주제를 통해 화학물질 안전관리 중장기계획을 의논하면서 산업계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전문가들이 함께 추구할 수 있는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지속가능 사회’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23년에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만들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경로를 설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성과를 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압니다. 2022년에 화학안전정책포럼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따로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제 이해당사자들은 토론을 할 때 상대방의 눈을 봅니다. 상대방의 말이 끝날 때까지 귀를 열고 기다립니다. 나의 차례에 상대방과 다른 이야기를 할 때는 상대방이 틀렸다고 단정하지 않고 내가 왜 이렇게 얘기를 하려는지를 중심에 놓고 말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화학안전정책포럼에서 서로를 존중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에 제도개선에 합의한 것, 공동의 목표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한 것, 공식적인 공론장으로서 포럼을 인정받은 것, 이 모든 성과들은 이해당사자 여러분이 서로에게 보내준 존중과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믿지 못하여 함께하자 손 내밀 용기를 차마 내지 못했던 그간의 아쉬움에 마침표를 찍고, 함께 만드는 안전한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화학안전정책포럼이 만들어낸 가장 놀라운 성과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더 큰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토론이 제도 개선으로 향하고 있으나, 제도 개선이 한 번에 잘 되어 문제를 모두 해결할 리는 없습니다. 합의에 기초하여 함께 결정하고 추진하였더라도 시행착오를 반드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란 단순한 오류가 아닙니다. 시행착오란 정책을 함께 의논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축적될 경험과 교훈이라는 자산이 될 것입니다. 시행착오를 잘 겪고 잘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만의 색깔을 가진 화학안전정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해당사자 여러분! 자, 이제 우리 서로에게 조금만 더 기대하면 어떨까요? 시행착오가 두려워 머뭇거리지 않는다면 우린 또 한 걸음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호 존중에 기반하여 실수를 찾아내 수정할 수 있는 용기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또 다른 과제도 있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더 잘 반영되는 형식으로 회의와 토론이 바뀔 필요는 없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화학안전을 함께 만들 이해당사자들 중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이해당사자들에게 화학안전정책포럼이 다가가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2022년의 합의에 기초하여 제대로 작동하는 효과적인 규제가 등장하도록 2023년 제도개선 과정의 꼼꼼한 토론도 필요합니다. 2022년 그러하였듯, 2023년에도 이해당사자 여러분과 함께 호흡하며 이 모든 일들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해당사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2022년 화학안전정책포럼의 문을 닫습니다.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3년 1월 9일
2022년 화학안전정책포럼 기획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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