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화학물질청(ECHA) 홈페이지를 가면 아래 그림과 같이 규제전략을 설명합니다. 어떤 화학물질에 대해 어느 수준의 규제를 선택할 것인지 절차를 정한 것이 규제전략입니다.
화학물질이 등록되면 등록서류 정보를 활용하여 구조적 유사성을 따져 어떤 그룹에 속하면 좋을지 결정한 이후, 규제가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만약 정보가 부족하다면 등록정보를 보완하도록 요구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평가작업을 착수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보를 확보하면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새로운 규제를 추가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되기도 하고 허가나 제한과 같은 규제 대상으로 결정하기도 하죠. 이 판단의 근거가 위해성입니다. 발암성이나 생식독성물질이면서 사람들이 노출될 수 있는 용도로 사용된다면 적극적으로 허가나 제한 조치를 취하지만, 사람이 노출되지 않는 중간체(intermediate) 같은 경우는 허가나 제한까지 가지는 않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죠. ECHA가 위의 전략을 마련한 것은 바로 아래 그림을 그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전체 1톤 이상 등록된 물질에 대해 규제가 적절히 작동하는 것은 몇 개인지, 정보가 부족해 정보를 보완하고 있는 물질은 몇 개인지,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물질은 몇 개인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되기 위해 얼마나 더 노력이 필요한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겠죠. 2008년부터 등록을 시작하여 2018년에 기존 화학물질 등록을 완료한 유럽이지만, 여전히 각 물질에 대한 판단은 진행중이라는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제 우리 사회도 이런 방향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화학안전정책포럼 1-1주제로 화학안전로드맵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유해성 수준의 관리를 넘어서 위해성을 중심으로 한 관리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전환이 가능할까요? 위해성에 따른 관리가 시작되려면 전제조건이 명확합니다. 등록을 통해 물질의 유해성과 용도 정보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며, 등록서류의 위해성 평가가 내실 있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화학물질의 사용자들이 등록서류에 있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국가가 화학물질의 규제수준을 위해성에 따라 관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바로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느냐 아니냐에 달려있습니다. 포럼에서 만들어낼 로드맵에서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킬 전략이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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